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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동엽의 미래설계]퍼센트(%)와 퍼센트포인트(%p)

최종수정 2016.09.14 09:00기사입력 2016.09.14 09:00

은퇴자들이 금리변동에 둔감한 이유…0.25%p는 16.7%다

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
이날 공무원들과 상당수 직장인들이 한 시간 늦게 출근합니다. 주식시장 개장과 폐장도 한 시간 늦춰집니다. 일정 시간 동안 비행기 이착륙이 전면 통제되고, 군부대는 가급적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, 버스와 열차는 서행을 해야 하고 절대 경적을 울려서는 안 됩니다.

도대체 무슨 큰 일이 있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구요?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습니다. 맞습니다. 매년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 어김없이 벌어지는 일입니다.

수험생과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큰 일은 없을 겁니다. 그래서 이 날 하루만큼은 모든 국가사회 시스템이 수험생에 맞춰 조정됩니다. 출근길 교통혼잡으로 수험생이 시험장에 지각해서는 안되고, 혹여 비행기 소음이나 자동차 경적소리로 인해 수험생이 듣기평가를 망쳐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.

[2015년 수능 영어홀수형 25번 문항]

그런데 이같이 중대한 수능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. 그런데 2014년 11월 13일에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. 그것도 비행기도 뜨고 내리지 못하고, 자동차도 함부로 경적을 울려서 안 되는 영어시험시간에 말입니다. 오류는 영어시험 홀수형 25번 문항에서 발생했습니다. 미국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에 관한 막대그래프의 내용을 틀리게 설명한 보기를 찾는 5지선다형 문제였습니다. 본래 한국교육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것은 ④번 보기였지만, ⑤번 보기 역시 설명 내용이 틀려서 복수정답이 되어버린 겁니다.

같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른 '%'와 '%P'
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? 아무래도 출제자가 '퍼센트(%)'와 '퍼센트 포인트(%P)'의 차이를 알지 못했거나,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.

이 둘은 엄연히 다른데 말입니다. 몇 퍼센트(%) 증가했다는 것은 기존의 수량을 기준으로 하여 증가된 수량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고, 몇 퍼센트(%)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은 기존에 제시된 퍼센트(%)가 숫자상으로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표시한 것입니다.
그러면 다시 수능 영어시험 25번 문항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. 막대그래프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청소년 중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한 사람의 비율이 2006년에는 2%에서 2012년 20%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. 출제자는 ⑤번 보기에서 이 내용을 '2006년과 비교해 2012년의 휴대전화번호 관련 비중이 18% 증가했다'고 설명했습니다. 단순히 20에서 2를 빼면 18이 나오니까 그리 한 것 같습니다.

하지만 이 경우에는 기존에 제시된 퍼센트(%)가 숫자상으로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나타낸 것이므로 '퍼센트(%)'가 아닐 '퍼센트 포인트(%P)'를 사용해야 합니다. 따라서 ⑤번 보기에 '2006년부터 2012년 사이 휴대전화번호 공개비율이 18%P 증가했다'고 서술되어 있었으면 오류는 없었을 겁니다. 하지만 '18%가 증가했다'고 되어 있었으므로 틀린 설명인 것이 분명합니다. 아래 계산에서 보듯 2%에서 18%가 증가하면 2.36% 밖에 되지 않습니다.

그렇다면 2%에서 20%로 증가한 것은 몇 퍼센트가 증가한 것일까요? 아래 수식에서처럼 분모가 되는 기준량이 2%이고, 분자가 되는 증감수량이 18%이므로, 이를 백분율로 나타내면 900%가 증가한 것입니다. 따라서 출제자가 ⑤번 보기를 '2006년과 비교해 2012년의 휴대전화번호 관련 비중이 900% 증가했다'고 기술했더라면, 가장 공신력 있어야 할 수능시험 문제에 오류가 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.

1%와 1%P의 차이
비단 수능시험 문제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. 일상생활에서 '퍼센트(%)'와 '퍼센트 포인트(%P)'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. 사실 수학자나 경제학자가 아닌 일반인들 중에는 퍼센트 포인트(%P)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허다할 것 같습니다.

금리변동을 예로 들어볼까요? 어떤 은퇴자가 노후생활비로 매년 20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. 이 사람이 은퇴자금을 정기예금에 맡겨두고 이자만 받아서 생활하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요? 대답은 정기예금 상품 금리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.

별도의 세금이나 수수료가 없다면, 금리가 5%일 때는 4억원을 예치하면 이자로 20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시중금리가 떨어져 4%가 되면 추가로 1억원이 더해 5억원이 필요합니다.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, 금리가 3%일 때는 6억 7천만원, 2%일 때는 10억원, 1%일 때는 20억원이 있어야 합니다.

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? 금리가 5%에서 4%로 떨어진 것이나, 4%에서 3%로 떨어진 것은 똑같이 1% 하락한 것입니다. 3%에서 2%, 2%에서 1%로 하락한 것도 마찬가지로 1% 떨어진 것입니다.

이렇게 금리는 똑같이 1%씩 떨어졌다면 금리가 떨어질 때마다 추가로 준비해야 할 자금도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? 금리가 5%에서 4%로 1%P 떨어졌을 때 노후자금이 추가로 1억원이 더 필요하다면, 금리가 2%에서 1%로 하락했을 때도 1억원만 더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요? 그런데 이번엔 추가로 10억원이 준비해야 한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나요? 이건 왜 그럴까?

이유는 간단합니다. 똑같이 1%가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. 5%에서 4%로 떨어진 것은 20% 하락한 것이고, 2%에서 1%로 떨어진 것은 50%가 하락한 것입니다. 금리가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당연히 노후자금도 더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.

하지만 금리가 떨어졌다고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생활하는 은퇴자 손에 목돈이 솟아나진 않습니다. 초저금리로 갈수록 은퇴자의 삶이 더욱 팍팍해 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.

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? 어디서 목돈이 솟아날 길이 없다면, 결국 투자를 통해 돈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을 것입니다. 물론 노후자금을 자칫 잘못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.

하지만 요즘 같은 초저금리시대에 노후자금을 안전자산에만 맡겨두는 것 또한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. 자칫 죽기도 전에 노후자금이 먼저 떨어져서 '무전장수(無錢長壽)' 할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.

2016년 6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.5%에서 1.25%로 인하했습니다. 당시 신문기사를 뒤져보면 죄다 "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.25%P 인하했다"고 보도하고 있습니다. 맞는 보도입니다.

그런데 느낌이 좀 덜 한 것 같습니다. 수학이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대다수 일반인들은 0.25%와 0.25%P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. 오히려 겨우 금리 0.25%P 가지고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. 하지만 "기준금리를 0.25%P 인하했다"고 하지 않고 "기준금리가 16.7% 떨어졌다"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?

다시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맡겨둔 은퇴자 입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. 원금은 손대지 않고 이자로만 노후생활비 2000만원을 마련하려면, 시중금리가 1.5%일 때는 13억3333만원이 있어야 합니다. 이것만 해도 적지 않은 돈인데, 금리가 1.25%로 떨어지면 16억원이 있어야 합니다.

그래서 금리는 겨우 0.25%P 떨어졌다고 하는 것보다는, 금리가 16.7% 떨어졌다고 허거나 노후자금으로 2억 6667만원이나 더 필요하다고 해야 좀 더 실감나지 않을까요?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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